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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한 삶

걷기는 수학보다 더 지적인 활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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걷기는 수학보다 더 지적인 활동이다


걷기는 단순한 신체 활동을 넘어 인간 정신의 본질에 가까이 닿아 있는 행위입니다. 눈으로 풍경을 바라보며, 귀로 바람을 듣고, 몸으로 땅의 결을 느끼며 걷는 순간, 인간은 가장 순수한 사유의 시간과 마주합니다. 이 점에서 걷기는 종종 이성과 논리를 추구하는 수학보다 더 본질적이고, 더 넓은 지적 활동이라 할 수 있습니다.


수학은 정밀하고, 논리적이며, 폐쇄적인 체계 속에서 진리를 탐구합니다. 명제와 증명, 공리와 추론이라는 틀 안에서 세계를 설명하고 예측합니다. 이 과정은 분명 지적이며 인간의 위대한 업적 중 하나입니다. 하지만 그 지성은 일정한 한계 안에 있습니다. 증명 가능한 것만을 다루고, 논리적으로 완결된 것에만 가치를 둡니다.

반면 걷기는 개방적입니다. 시작은 있지만 끝은 정하지 않아도 되고, 발걸음마다 새로운 생각과 감정이 스며듭니다. 소크라테스와 플라톤은 산책을 하며 철학을 나누었고, 루소는 ‘나는 생각하기 위해 걷는다’고 했습니다. 칸트는 매일 같은 시간, 같은 길을 걷는 산책을 통해 사유의 리듬을 유지했고, 니체는 걷는 자만이 참된 사유를 할 수 있다고 단언했습니다. 이처럼 걷기는 사유의 촉매이며, 자유로운 정신의 해방구입니다.

수학이 머릿속에서만 이루어진다면, 걷기는 온몸의 감각을 동원한 전체적 인식입니다. 뇌와 심장, 근육과 폐가 동시에 작동하면서 인간은 생각하고 느끼고 통찰합니다. 걸음의 리듬은 사유의 흐름을 만들고, 숨결은 감정의 물결을 동반합니다. 이러한 통합적 작용은 수학이 미처 도달하지 못하는 감각적, 철학적 지점까지 이르게 합니다.

또한 걷기는 인간의 존재성과 깊이 닿아 있습니다. 자연과의 연결 속에서 인간은 자신이 세계의 일부임을 자각하게 되며, 이는 인류가 본질적으로 추구해 온 ‘나는 누구인가’에 대한 질문에 다가서게 합니다. 반면 수학은 대개 세계를 ‘대상화’하고 ‘객관화’하는 도구이기에 주체로서의 인간을 탐색하는 데에는 한계가 있습니다.

걷는다는 행위는 단지 몸을 움직이는 것이 아니라, 세상을 새롭게 해석하는 일입니다. 매 걸음마다 공간은 변하고, 시야는 확장되며, 사고는 유동적으로 전개됩니다. 이 모든 과정이 구조화된 수학적 사고와는 다른 종류의, 그러나 더 깊고 넓은 지적 활동임은 분명합니다.

결국 걷기는 우리에게 수학이 주지 못하는 지성을 줍니다. 그것은 논리보다 더 깊은 통찰, 증명보다 더 실감나는 체험, 공리보다 더 생생한 의문을 안겨줍니다. 그래서 걷기는 수학보다 더 지적인 활동입니다. 아니, 어쩌면 인간에게 가장 본능적이고도 고귀한 사유의 방식일지도 모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