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아가 반갑게 손짓한다. 덕룡산 고분 근처 비자숲이다. 로기는 반가운 마음에 숨 가쁘게 뛰었다. 이번에 놓치면 영 헤어질 것 같았다. 그런데 그 자리다. 뛰었다. 그러나 수아는 저 멀리 있다.
소스라치게 놀라 깼다.
꿈이다.
수아를 애타게 그리면서 잠에 들더니 꿈속에서 수아를 본 것이다. 뛰어도 따라잡지 못한 아쉬움을 달래고 다시 잠을 청한다. 수아가 머릿속에서 떠나지 않는다. 일부러 운흥사 스님을 생각하기도 하고 눈을 부라리며 나무라던 벅수를 그리기도 했다. 그러나 머릿속 수아는 떠나지 않는다. 이제는 생전의 목금성을 그렸다. 목금성과 수아는 판박이다. 노년과 소년의 차이일 뿐, 수아는 목금성의 어린 모습이다.
로기는 이른 아침, 눈을 떴다. 희미한 햇살이 방 안으로 스며들고 있었다. 잠에서 깬 로기의 마음은 여전히 무거웠다. 꿈속의 수아가 주는 아련함이 실제보다 더 진하게 다가왔다. 로기는 천천히 일어나 창가로 걸어갔다. 밖은 아직도 안개가 자욱했다.
로기는 오늘도 덕룡산으로 향하기로 마음먹었다. 수아와 만났던 그곳에서라면, 마음의 평화를 찾을 수 있을 것 같았다. 덕룡산 단풍은 노랗고 빨갛게 물들었지만 비자나무는 나무 끝만 약간 시들할 뿐 여전히 싱싱하다. 비자나무 숲을 거닐며, 로기는 수아와 나눴던 시간들을 떠올렸다. 숲길을 따라 걷던 로기는 문득 뭔가에 발이 걸려 넘어질 뻔했다. 놀란 로기가 땅을 살펴보니, 그것은 나무뿌리에 걸린 목걸이였다. 로기는 그 목걸이를 주워 들고 자세히 들여다보았다. 그것은 목금성이 착용했던 것과 똑같았다. '어떻게 여기에?' 로기의 마음은 혼란스러웠다.
로기는 목걸이를 주머니에 넣고, 계속 숲을 걸었다. 어느새 해는 중천에 떠 있었고, 안개는 걷혔다. 그때, 로기는 멀리서 비구니 스님 한 분이 묵상 중인 것을 발견했다. 로기는 조심스럽게 그 스님에게 다가가 인사를 건넸다. 스님은 로기를 따뜻하게 맞아주었다.
'스님, 이 목걸이를 혹시 아시나요?' 로기가 물었다. 스님은 목걸이를 살펴보더니, 뭔가 기억하는 듯한 표정을 지었다. '오래전, 이 숲에서 할머니 한 분이 목걸이를 잃어버렸다고 하던데... 그 할머니 목걸이가 아닐까요?'
목금성의 목걸이인데 이 스님이 목금성을 만났단 말이 되지 않나? 아니면 목걸이가 두 개란 말인가? 목금성의 유품에는 이와 똑같은 목걸이가 있지 않는가? 의문이 증폭되면서 비구니 스님이 만났다는 할머니와 수아의 정체가 더욱 궁금해졌다.
스님은 오래전 이 숲에서 일어난 일에 대해 이야기하기 시작했다.
이야기는 점점 깊어지고, 로기는 수아에 대해 새로운 사실들을 알게 되었다. 그 사실들은 로기에게 새로운 희망을 주었다. 수아를 찾을 수 있는 단서가 될지도 몰랐다. 로기는 그날 밤, 덕룡산의 비자나무 숲에서 하룻밤을 보내기로 결심했다. 밤하늘에 반짝이는 별들 사이, 로기는 수아에 대한 새로운 꿈을 꾸었다. 이번에는 수아와 함께 웃고 있는 꿈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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