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녹차의 꿈

커가는 나로기의 의문

반응형

돌아온 로기는 어제 일이 꿈만 같았다. 믿을 수 없는 일이 연속됐기에 사실을 확인하기 위해 다시 덕룡산을 찾는다. 수아가 이끌었던 무덤에 도착한 로기는 입구를 찾는다. 왕대가 무성하게 자라고 칡덩굴로 이리저리 설킨 봉분을 헤집고, 수아가 들췄던 넌출을 헤쳤다. 그러나 수아와 같이 들어섰던 입구는 보이지 않는다.

'분명 여기 근처였는데...'

큰 봉분 우아래를 이리저리 훑으면서 계속 찾아도 입구는 없다. 귀신이 곡할 노릇이다. 결국 입구를 찾지 못한 로기는 발길을 운흥사로 향했다.

운흥사는 초의와 인연이 깊은 사찰이다.

초의는 15세 되는 순조 즉위년(1800)에 운흥사에 들어와 승려가 되었다.

로기는 목금성으로부터 들었던 초의 행적을 짚어 본다.

초의는 강진에 유배 왔던 다산 정약용, 제주로 유배 갔던 추사 김정희와도 친교가 깊었다. 추사가 제주도에 유배 갔을 때는 위로차 제주까지 찾아갔다고도 했다. 초의는 40대 초에 지리산 칠불암에 머물면서 차서(茶書)인 다신전과 동다송을 쓰기도 했다. 내용은 찻잎 따기, 차 만들기, 차의 식별법, 차의 보관, 물을 끓이는 법, 차를 끓이는 법, 차를 마시는 법, 차의 향기, 차의 색 등 20여 가지 목차로 상세하게 다룬 책이다.

초의와 인연이 깊은 운흥사는 옛 위용을 잃고 초라한 민가 모습으로 비자나무 숲 속에 원두막처럼 남았다. 목금성 생전에 찾아뵀던 투박한 나무꾼 같은 스님이 반갑게 로기를 맡는다.

로기는 그간 겪은 일을 자세하게 말할 용기가 나지 않았다. 누가 들어도 꿈얘기라고 비웃을 것이 뻔해 무덤 얘기만 물었다. 오래된 고분이 산중에 있던데 아느냐고? 스님도 안다고 했다. 너무 방치돼서 둔덕처럼 보인다는 말씀까지 하신다. 로기는 다시 물었다. 혹시 무덤 안을 들여다본 적이 있느냐고?



'무덤 안?'

스님은 놀래면서 말한다. '무덤 안을 어떻게 볼 수 있냐'는 것이다. 일제 때 도굴됐다는 소문은 들었다고 답했다. 로기는 더 이상 질문은 의미가 없다 싶어 얘기를 접고 운흥사 차 재배로 화제를 돌렸다. 스님은 자랑스럽게 답했다. 야생차의 전통을 이어온다는 것과 자신의 제다 비법은 특별하다는 얘기였다. 몇 번 들어서 내용을 훤히 아는 얘기의 반복이다.

담소를 마치고 절을 나와 마을로 내려섰다. 로기는 예의 염소를 모는 수아를 찾는다. 여기저기를 훑어도 수아는 안 보인다. 거친 듯하면서도 품위가 있는 수아의 입과 예리한 듯하면서도 웃음기를 머금은 수아의 눈매가 떠오른다. 절에서 머금었던 차를 음미하면서 마을 입구에 다다르니 굵은 눈을 부라리는 벅수가 나무라는 듯하다. 쓸데없는 망상은 버리라고. 무심코 벅수에게 합장하고 금성산 자기 처소로 돌아왔다.

로기는 수아의 아리따운 자태를 그리면서 잠을 청했다.

'녹차의 꿈' 카테고리의 다른 글

녹차 관련 영화  (45) 2023.12.03
수아와 로기의 꿈속 만남  (107) 2023.11.29
지금까지 스토리  (73) 2023.11.27
수아의 비밀  (92) 2023.11.26
나로기와 정수아의 운명적 만남  (63) 2023.11.25